보도자료
K-교통카드 30년, 그 위상과 혁신 과제
2025.11.27
다만, 1970~8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우리 세대에겐 동전지갑을 맨 시내버스 안내양 누나와 회수권, 토큰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공존한다. 이제 그 추억의 시간을 넘어, 한국에 교통카드가 처음 도입된 지 30년이 되는 뜻깊은 해를 맞았다. 1995년 시범 도입된 이래 교통카드 시스템은 단순 결제를 넘어 국민의 일상과 도시의 혈맥을 잇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해 왔다. 우리는 이 역사적 시점에서 과거를 성찰하고, 다가올 미래 30년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교통카드 시스템은 한때 전 세계가 주목했던 ‘교통 시스템의 모범’이었다. 특히, 2011년 ‘전국 호환 시스템’을 완성하고, 시내버스, 지하철, 광역 교통망을 아우르는 ‘통합 환승 할인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K-교통카드 역사의 ‘결정적 한 수’였다. 단 하나의 카드로 전국 어디서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은 압도적인 사용자 편의성을 제공했으며, 복합 환승 할인을 통해 서민 가계의 교통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춘 것은 탁월한 사회적 효용을 창출했다. RF(Radio Frequency) 기술 기반의 신속한 결제 처리 속도는 세계적인 표준을 제시하며, 한국을 지능형 교통 시스템(ITS) 분야의 선도 국가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이후에도 정부의 혁신적인 의지와 기술 진화에 힘입어 획기적인 노력이 계속되었다. ‘교통카드 빅데이터 통합정보시스템’을 통한 대중교통 데이터 가치 향상과, K-MaaS(슈퍼무브 앱) 서비스 개시로 철도, 버스는 물론 개인형이동수단(PM), UAM(Urban Air Mobility), DRT(Demand Responsive Transport) 등 모든 교통수단을 연계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특히 태그 없이 결제 가능한 ‘태그리스(Tagless 또는 Walking through) 기술’의 시범운영과 2026년 ‘국가 R&D 과제’ 선정(3년간, 120억 원 규모)은 미래를 향한 매우 고무적인 진전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혁신적인 노력은 대중교통 선진국을 향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 결과이며, 국토교통부 당국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 다만,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다가올 30년을 선도하기 위해, 다음 몇 가지 핵심 과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전폭적인 지원을 당부하고 싶다.
첫째, 글로벌 결제 표준 도입이다. 해외 신용카드(EMV, Euro-pay, Master, Visa) 사용 제한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불편이 급증하고 있다는 민원은 우리의 글로벌 위상에 걸맞지 않다. 특정 지자체의 시범적 도입 계획이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으나, 전국 통합 교통망을 갖춘 우리의 현실에서는 효과가 매우 미미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전국 교통망을 고려한 ‘통합적 EMV 도입 로드맵’을 신속히 수립하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래야 한국이 다시 글로벌 교통 서비스의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에 따른 결제 인프라 교체 등 제반 비용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방안도 전향적으로 검토해 주길 바란다.
둘째, K-MaaS 데이터·결제 표준화 및 거버넌스 확립이다. 현재 다양한 민간 및 공공 모빌리티 서비스가 난립하면서 결제 시스템과 데이터 표준이 파편화될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모든 교통수단과 결제 방식을 아우르는 'K-MaaS 플랫폼 구축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민간 모빌리티 서비스와의 원활한 연동을 위한 ‘개방형 표준(Open API)’을 신속히 확립하여, 진정한 의미의 ‘끊김 없는(Seamless) 통합 모빌리티 생태계’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셋째, 협회에 대한 지속적인 정책 파트너십 지원이다. 한국교통카드산업협회는 2010년 설립 이래 전국 호환 교통카드의 안정적 정착과 업계 육성에 든든한 지원자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나 위탁업무가 전무한 현실로 회원사의 회비에 의존하고 있어 장기적인 존립이 우려된다. 협회가 명실상부한 정책 파트너로서 역할을 지속할 수 있도록 주무 부처의 지속적인 관심과 위탁 업무를 통한 협회 활성화 방안을 함께 모색해 주기를 요청드린다.
혁신은 타이밍이며, 협력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30년 전 이뤄냈던 초기의 탁월함이 일시적인 영광으로 끝나지 않도록, 산업계는 기술 혁신과 서비스 향상에 매진하고, 정부는 일등 교통복지국의 미래를 향한 담대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한국교통카드산업협회는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정부 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해 국민 여러분이 더욱 편리하고 스마트하며 경제적인 교통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K-교통카드의 새로운 30년’을 향한 여정에 국민 여러분과 정부의 아낌없는 관심과 성원을 기대한다.